사고 당일
여느 때와 똑같았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지옥철을 견디며 비슷한 시간에 일하는 곳에 도착 하고 당일 업무를 시작 하는 루틴. 조금 다른게 있었다면 이날은 일찍 주방 식구들과 간식을 먹었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평소는 어느정도 일을 끝내고 그냥 자리 한켠에서 서서 먹곤 했다.]
간식 타임 이후 여느때와 같이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가스레인지 2곳에는 큰 대야의 설거지용 뜨거운 물, 나머지 한쪽은 식기류를 삶고 있었고. 식기류 삶는 냄비가 팔팔 끓어서 이걸 빼다가 옆에 큰 대야의 뜨거운 물이 내쪽으로 와르륵 쏟아졌다. 한순간이었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난 비명을 지르면서 바지, 양말ㄹ 신발을 벗어 던졌다.
심하게 화상을 입었다. 껍질이 다 벗겨질 정도로...... 평소 화상은 많이 입어서 다치자마자 차가운 물로 열기를 식혀야 하는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날은 너무 아파서 차가운 물 조차도 못 견딜 정도 였다.
의자에 앉아서 너무 아파서 벌벌 떨고 있을때 같이 일하는 분이 119 구조대를 요청 했다. 5분-10분 지났을 무려 사이렌과 함께 구조대 분들이 오셔서 같이 응급차에 타서 응급조치 후 몇가지 질문에 답하고서 병원으로 이송 했다. 내가 응급차를 타보다니..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처음이지만 응급차 또한 처음 이었다.
서울에 화상전문 병원이 몇 없어서 그중에 가깝고 자리가 빈 신 왕십리역에 있는 베스티안 병원으로 이송 결정 됐다.
응급차 은근 불편 하더라.. 신속한 이송으로 어쩔 수 없이 좀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때 아픔을 견디기 위해 별 생각을 다하다가 승차감을 생각 하고 있었다.
강남 논현동에서 왕십리 거리감이 없지만 정말 생각 보다 빠르게 도착해서 놀랐다. 이것이 119 응급차의 힘인가... 구조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난 평소 운전을 하지 않고 뚜벅이로 다니지만 내가 이렇게 다쳐 보니 정말 병원으로 이송 중인 응급차는 당연히 양보 해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에 있는 환자는 정말 심각히 아프다.
베스티안 병원
베스티안 병원 이송 후 우선 3층 외래 진료실에서 원장님께 진찰을 받은 후 치료를 받있다.
어떤 약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프더라.... 나도 모르게 간호사 쌤에게
"선생님 잠시만요..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정말 아프네요 ㅠㅠ"
참고로 이때 이후로 엄청난 고통으로 정신줄 놓았다. 난 응급 치료라서 아직 링거를 맞지 않아 진통제 같은 필수 주사는 엉덩이로 다 맞았다. 입원 하기전에 코로나 검사,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이 필요 하여 우선 코로나 검사 부터 받았다. 와 검사 받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받는 과정 엄청난 고통으로 내 몸을 제대로 컨트롤을 할 수 없었다. 같이 와준 동료 덕분에 정말 많은 도움 받았다. 입원 수속, 검사 받는 과정... 왜 아플때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달았다.
코로나 검사는 4만원이고 코 속 검사만 받았다. 결과는 정말 빠르게 나왔고 뭐 당연하게지만 음성 판정 받아서
나머지 검사 진행 후 입원 병실로 갔다.
베스티안 화상 전문 병원은 잠깐의 면회는 1층 또는 3층[외래진료]에서 가능 하지만 외부인이 9층에 올 수 없다. 오고 싶으면 4만원 코로나 검사 비용 내고 음성 판정 받아야 한다.
그래서 같이 따라와준 동료는 이제 다시 일하는 곳으로 돌아가고 난 간호사 쌤의 도움을 받아 병실에 가서 링겔 맞고 누웠다. 너무 아파서 계속 혼잣말로 아프다고 끙끙 거렸다. 내가 쓰는 병실은 4인실인데 이 중 한분[나이 지긋 하게 많으신] 이곳에서는 다들 아프고 힘든 사람이라서 될 수 있으면 끙끙 거리는 소리는 안내는게 좋다고. 다른 사람들도 힘들다고. 많이 힘들겠지만 될 수 있으면 참으라고 하셔서. 순간 서운 하다는 마음이 많았는데 나중에 이 말씀을 왜 하셨는지 깨달고 공감 할 수 있게 됐다.
낮 2시 부터 그제서야 통증이 많이 가라 앉았다. 진통제 효과가 나오는건지 아니면 안정기를 찾은건지 닥븐에 난 침대에 나와 휠체어를 타고 물을 마시러 돌아 다니고 화장실고 갈 수 있게 되었음.
4인실이어서 그런지 한사람씩의 공간은 제법 넓고 좋았다. wifi가 진짜 빠르고 매트가 불편한거 빼곤 편안한 공간이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개인 형광등, 미니 냉장고, 서럽장이 있다. 몇달 살거 아니면 이 정도 공간은 충분 하다고 본다.
너저분해 보여도 내 나름의 편안한 공간의 구조로 딱 되어 있다.
내가 위치한 자리는 입구 쪽에서 가장 가깝고 화장실 및 세면대 바로 옆에 있어서 커텐을 끝까지 제대로 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늘 아이컨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밥은 생각 보다 괜찮다고 느낀다. 내가 왠만한건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기도 해서 그런지 음식 남기는건 없다. 가~끔 국에 홍합이나 조개가 잔뜩 넣어서 국물 맛이 바다향으로 가득한 것들만 제외하면 난 다 좋음!!
나에게 이런 일들은 없을줄 알았다. 내가 일하면서 다친 적은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입원해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사고가 일어나고 내가 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자책을 많이 했는데.... 하아.. 정말 모르겠다.
그냥 부모님, 가족, 지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
모두들 얼른 건강 회복 하고 퇴원 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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